랜디는 전문 디자이너는 아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냥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일러스트, 포토샵, 플래시를 배웠고, 나름 많은 노력(?)을 통해서 조금 걸음마를 띠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디자인이라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예체능과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어느 정도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은 될지 모르겠지만, 참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 번은 랜디에게 ‘교회로고’를 디자인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 왔다. 물론 무보수 이다. 교회 교패를 만들 건데, 교회이름과 관련하여 디자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으나, 한번 도전해 보기로 맘먹고 하겠노라 했다. 그런데 정말이지 힘들다.
그렇게 힘들었던, 그 로고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비전문가인 초보의 입장에서 경험을 한 번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름 하여 '초보가 만든 로고이야기'…….
그림을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로고를 만드는데 그림만 잘 그리면 될까?? 머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그림을 잘 그리면, 보기 좋고 멋진 로고가 나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장 중요시 되는 건, 역시 아이디어다. 단체가 표현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하나의 상징으로 조합해야 하니,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기획력과 기발한 상상력, 응용력 등……. 나중에는 머리가 아프다. 어떠한 모양으로 함축된 의미를 담을 건지가 중요한데 결국에는 창작능력이라 볼 수 있겠다.
창작능력 또한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초보에게는 너무나 힘들다.
하루 종일 로고만 눈에 들어온다.
의뢰를 받고 하겠노라 승낙하고 나니까 그 뒤로는 랜디에게는 로고만 눈에 들어온다. 길을 가다가도, 잡지를 읽다가도,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로고이다. 아마도 디자인을 업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은 거의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참 많은 로고들은 본 것 같다. 감탄도 하고, 때로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드는 로고도 있다.
Color 가 맞긴 맞는 건가?
로고를 만들다 보면 그 로고의 고유색이 있다. 또한 그 색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그럴싸하게 구색을 위한 하나의 끼워 맞추기식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로고마다 고유의 색을 사용한 이유들이 있다. 예를 들어 Blue 계통의 색은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고객으로 하여금 신뢰도를 높여주는 색이라는 둥, GREEN 색은 상식으로 알 수 있겠지만, ECO(환경) 관련된 이미지를 내포한다거나 하는…….
따라서 같은 모양의 로고라 할지라도 어떠한 색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의미가 달라 보인다. 로고에는 회사건 단체건 거기에서 주장하는 의미가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의미를 하나의 이미지에 담으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로고를 만드는 사람들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고정관념을 벗어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로고를 만들 때 그 단체명의 이니셜을 도용하여 시도를 많이 한다. 회사명이 '현대'면 H 와 D 를 활용하여 만들려고 한다. 로고의 형상도 그 이니셜의 형상을 응용하여 만들려고 한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로고들 중에 상당히 많은 수의 로고가 그러한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기에 이니셜을 응용하여 만든 로고의 범주는 이제 한계에 다다를 만큼 무수히 많다.
랜디도 마찬가지였다. 교회 이름이 ‘하성’ 교회이다 보니 H 와 S 를 가지고 어떻게든 짜 맞추려고 머리를 쥐어 짜 봤지만, 이렇다 할 디자인이 나오질 않았다. H 와 S 의 이니셜은 효성, 한성, 한스 등....... 무수히 많다.
그리하여 처음에 구상한 디자인이 이런 형태였다.
하성'의 이니셜 H 를 천국의 문, S 를 들어가는 길, 그리고 십자가를 상징하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맘에 들지 않는다.
하성'의 의미가 ‘하나님의 도성’ 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곽의 이미지를 넣어 보았다.
조금은 그럴싸해 보이나. 그래도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는 성의 벽돌을 두껍게 표현해 봤다.
조금은 단순해 보일지 모르나. 어딘가 모르게 투박해 보인다.
단순히 로고 모양만 만들려고 하지 말자
그렇게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처음부터 다시 구상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생각을 모두 무시하고, 처음부터 새롭게 구상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눈에 친숙한…….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로고 모양 만 보지 말자'였다. 그냥 기존의 이름인 ‘하성’ 이라는 한글 자체를 조금만 변형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을 사용한 의자나 한글을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한 폰트들도 많이 있으니까…….
폰트를 응용한 로고의 탄생
그리하여 폰트들 위주로 검색시작 하였고, 마침내 랜디의 눈에 들어오는 폰트가 있었다. '하늘산책' 폰트가 눈에 들어왔고 이것을 조금만 응용하면 좋은 로고가 나올 듯하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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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하늘산책 폰트를 응용하였다. 거기의 도성의 이미지를 넣었으며, 그린색과 회색을 넣은 것은 도성의 벽돌과 푸른 나무를 의미한다. 'ㅎ'을 응용하여 십자가를 만들었고, 붉은색도 그러데이션을 주었다. 100%로 순수창작도 아닌 기존의 폰트를 응용한 것이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형편없이 초라해 보일지는 몰라도, 랜디는 무척이나 맘에 든다. 만들어 놓은 것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다. 그래서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좋은 교훈도 얻었다. 그것을 만들기 까지는 많은 노력이 수반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으니까…….
이렇게 하여 탄생된 교회 교패이다.
다시 한 번 조심스레 말하지만, 처음으로 우연한 기회에 로고를 만들게 되어서 도전해 보고, 거기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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